
[정처없는 나그네] #1. 이렇게 갑자기 시작된 혼자하는 전국 여행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시작한 뜻밖의 전국 여행 이야기. 혼자 떠나는 여정에서 느낀 감정과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나는 여행을 싫어한다
나는 솔직히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좋은 경치를 보는 것은 금방 질리고, 원체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맛집을 찾아다니는 취미도 없기 때문이다. 또 여행을 하면서 쓰는 경비는 이상하게 아까운 느낌이다. 그래도 1년에 3~4번 정도는 지인을 따라 다양한 곳을 여행하며 살았지만 사실 여행보다 집에서 얌전히 쉬는 것을 좋아했다.😅
심경 변화
2023년, 인생에 큰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내 시간을 멈추게 만들었다. 나의 모든 경제 활동은 멈추었고 나를 비롯한 주변 사람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준 사건이었다. 또한 이 모든 것이 나의 선택이었다는 것은 큰 자책감과 우울을 선사했다.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적지 않은 기간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었다. 아니, 나가고 싶지 않았다. 심심할 때마다 산책하던 내게 이런 변화가 생길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많은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것 같다. 나 또한 시간이 흐르고 나니 조금은 나아졌다. 어느 날은 문득 "여행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막상 어디로 갈지 찾는 것도 귀찮더라.😏
샘솟은 의욕
2024년 3월 29일, 오랜만에 집 앞 카페에 가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외출 준비를 하던 도중 뜬금없이 "여행이나 갈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많은 준비를 할 것도 없었다. 옷과 세면도구를 챙기고 정처 없이 집을 나와 버스에 몸을 실었다.
과거로의 여행
과거에 살던 동네로 가보는 것은 내 작은 취미였다. 특히 학창 시절에 살았던 동네에 가는 것을 좋아했는데,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있던 동네를 찾아가 본 적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했다. 그래서 일단 출발했다.
학교를 마치고 아이들과 함께 놀던 동네는 그대로였다. 내가 살았던 집, 친구들이 살았던 집은 하나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좋은 추억을 남겨준 친구들에게 고마웠고 그때가 그리웠다. 다들 잘 살고 있지?
달라진 부분도 있더라. 어릴 때 다녔던 태권도장은 다른 학원으로 바뀌어 있었고, 학교 앞 불량 식품 가게는 오피스텔로 바뀌어 있었다. 운동장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멀지 않은 거리에 고등학생 때 살았던 동네가 있다. 걸어서 30분 정도의 거리였기에 선선한 바람을 쐬며 살랑살랑 걸었다. 도착해 보니 공사장에서 쓰는 안전띠 같은 것이 사방에 쳐져 있었다. 재개발될 지역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정말 재개발에 들어가나 보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흔적이나마 찍어둘 수 있어서 다행이다.
조만간 없어지겠지.
이렇게 한참을 걷고 나니 슬슬 배가 고팠다. 마침 주변에 살고 있는 친구가 떠올라 불러내어 함께 저녁을 먹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나니 사람마다 저마다의 고충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 모두 행복한 나날을 보냈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밤이 무르익었다.
어디로 갈까?
여행을 다니며 직접 계획을 작성해 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일단 고!"라는 마음으로 살았기에 이번에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첫 번째 목적지는 전라남도 광주로 정했다. 광주로 가기 위해 수원 버스터미널 부근의 숙박 시설을 이용하기로 하고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는 광주에 가서 생각하기로 했다.😤